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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도 없이 데이비드 소로우의 "Walden" 이라는 책을 들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호수의 검은 배경의 표지에 적힌 "월든"이라는 하얀 글자가 인상적 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총 세번의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1) 처음 : 자기가 가진것을 모두 버리고, 호수 근처에 몸을 피신할 만한 집과 먹을 만큼 수확하여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 크게 공감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와 항상 비교하며, 더 큰집 더 비싼 음식 더 비싼 옷등을 갈망하며 아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월든의 주인공 소로우처럼 아무도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다고 한다면 내려째는 햇볕에 감사하며, 내리는 빗물에 감사하며, 과실을 주는 나무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가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그의 표현과 생활 하나하나가 너무나 재미있고 유쾌하고 궁금하다. 나도 모든 것을 버리고 오두막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볼까? ^^;

(2) 중간 :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책 뒤편에 있는 작가의 설명과 책의 끝 부분에 있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 연보'를 읽게 되었다.

그는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면 제법 부유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2년 정도 월든호숫가에서 자연인의 삶을 살다가 다시 사회로 나가서 강연과 측량 그리고 글을 쓰며 살았다.

그 때부터 그가 왠지 호기심이나 장난처럼 호수근처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자연을 장난처럼 글로 옮긴 느낌같은 배신감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불필요하게 묘사가 너무 현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느낌이 든다. 어떤 이들은 작가의 표현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재대로 못해서 그렇게 느낀다고 하기도 한다.

아무튼, 책 읽는 내내 저자가 마치 부자가 서민 코스프레하며 알아듣지 못할 글로 장난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책에서 나온 표현을 '코딱지'를 가지고 내가 한번 적어본다면 대충 이런 느낌이다. 

"어제 팠던 내 코딱지는 24절기 중에서도 햇볕이 따뜻한 어느 여름날의 아스팔트 위에 오토바이의 타이어 위에 있는 하얀 흙덩이를 어느 손세차장에서 주인이 화장실을 가고 없는 틈을 타서 어느 지나가는 중국집 배달원이 마치 쌤이라도 내듯 발로 한번 걷어찬 후 담배꽁초를 무심코 던졌는데 바닥에서 세번 구르다 쓰레기통 옆에 신기하게도 네잎클로버 옆에 담배꽁초가 떨어진 듯한 신기함이 깃들여 있다."

(3) 끝 : 책을 읽은 중반 이후에는 마치 오기가 생긴 것처럼 읽기 시작하여 결국 마지막 맷음말 까지 왔다.

맷음말에서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책 전반에 걸친 현란한 표현은 온데간데 없다. 그가 사는 시대는 많은 백인들이 미국으로 건너와서 많은 변화와 갈등이 있는 시기였는데, 많은 혼란과 욕심을 버리고 월든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낙엽이나 햇빝 같은 평범함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싶었고 자연을 마치 랩을 하듯이 즐기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맷음말을 보고 나서 그의 책 전반의 표현들을 곱씹어보니 참으로 유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나 의아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냥 자연의 흐름을 담은 음악을 글로 느낀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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