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Google의 모토로라 인수 이 후, 한국에서는 SW 인력 및 운영체제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SW 붐이 적지 않은 IT거품만 만들어 내다가, 더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지나 않을 까 많은 우려가 됩니다.

틀에 박히고 맹목적인 지원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장 분위기 조성이 우선 되어 야 합니다.

 

아래의 좋은 글이 있어서 퍼옵니다.

 

@@@@@@@@@@@@@@@@@@@@@@@@@@@@@@@@@@@@@@@@@@@@@@@@@@@@@@@@@@@@@@@@@

 

출처 : http://sangminpark.wordpress.com

영웅 없는 나라

Posted on 9월 13, 2011 by sangminpark

1. 들어가며

바야흐로 소프트웨어 시대가 도래했다.

벤처붐 빵 터질때 쌈짓돈 탈탈 털어서 투자한 국민을 울렸던 그 소프트웨어, 그 얄미운 것이 이제 다시 이 나라의 희망으로 멋지게 컴백한 것이다.

1999년 당시 대학 2학년이던 나는 조그만 벤처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 했는데, 딱히 기술도 없던 회사가 신문에 광고 한번으로 투자금 10억을 모았다. 곧 200평은 족히 되는 사무실을 임대해 이사했고, 회사 임직원은 뜨거운 마음으로 밤낮없이 일해 그 돈을 다 날렸다. 그 당시 내가 일했던 그 회사 같은 곳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생히 기억난다. 오죽했으면 그때 최고 신랑감 1위가 벤처사업가 였겠는가?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35위쯤 된다고 한다. 34위가 광부라고 하던가 배 있는 어부 (36위-배없는 어부) 라던가? 아무튼 그리 화려했던 그 회사들은 이제 구글로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부는 소프트웨어 바람은 양상이 다르다. 국민들의 기대는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쏠려있다. 즉 "우리 뒤통수 친 구글좀 혼내줘!", 이런 화려한 복수극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언론들은 이런 기사들을 주구장창 내보내고 있다.

 

"삼성에 대한 걱정에 송구, OS문제 걱정 안해도 돼… 바다도 있고 리눅스 기반한 스마트폰 운영체제 곧 나와" ? 최지성 부회장 [1]

 

염려하는 우리를 달래기 위한 그분들의 배려는 곧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인력 2만명에 달함" [1] 혹은 "소프트웨어 인력 따로 선발" [2] 등의 기사에 구구절절 드러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통일을 노리던 구글은 이제 큰일이다. 중공군이 바글바글 압록강 건너듯 "2만+α" 의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구글을 다시 밀어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컴퓨터학과 학생들에겐 좋은 세상이다. 그들은 이제 삼성의 +α 인재들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수만명 인재들이 만들어낼 제 2의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소셜네트워크를 생각하니 너무 흥분돼 키보드 치는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린다.

 

2. 실리콘밸리의 영웅들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영웅의 역사다. 실리콘밸리의 영웅은 자본과 인재로 넘치는 큰 조직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 시대 관점에서는 아웃라이어 (outlier) 인 사람이나 기술이,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점에 영웅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즉 구글이 웹 패러다임의 영웅이 되었듯). 지금까지 실리콘밸리 역사를 바꾸었던 소프트웨어 기술과 회사들은 항상 이런 패턴으로 발전했다.

 

본업 (학교/회사)이 따로 있는 프로그래머 A가 잉여짓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참조 3]

A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큰 조직(회사)에 알린다. 윗분에게 뻘짓 했다는 소리만 듣는다.

A는 조직 밖 대중에게 프로그램을 공개한다.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투자자들의 눈에 띄어 투자를 받는다. A는 마음맞는 프로그래머들을 뽑아 제대로 회사를 시작한다.

위의 기본 공식에 몇가지 사례를 한번 대입해 보자.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포드에서 박사 논문 준비중 떠오른 검색 알고리즘 Page Rank를 구현하기 시작한다. 본업인 박사 논문은 뒷전이다 (1 만족). 구현된 프로그램을 그 당시 잘 나가던 야후! 의 임원진(창업자 제리양이 스탠포드 선배)에게 보여주고 거래를 제의한다. 야후는 포털인데 검색기능이 너무 훌륭하면 사람들이 금방 포털에서 다른 사이트로 이동한다고 생각해 거래를 거절한다 (2 만족). 래리와 세르게이는 아이디어가 팔리지 않아 결국 자신의 기숙사 컴퓨터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3 만족). 곧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등 몇사람으로 부터 100만불 투자를 받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4 만족). [참조 4]

 

 

HP에서 일하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Atari 라는 게임회사에서 일하던 스티브 잡스는, 원시 PC Altair 에 매혹된 동호회 모임 Home Brew Computer Club (집에서 만든 컴퓨터 클럽) 의 다른 회원들에게 자랑할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한다 (1 만족). 워즈니악의 세련된 디자인에 동호회 사람들은 감동하고 (3 만족) 이에 확신을 얻은 잡스는 아직 HP를 떠나지 않은 워즈니악을 설득해 회사를 설립한다. Markkula라는 동네 부자가 2억 5천만원을 투자해 본격적으로 잡스의 집 차고에서 애플 PC를 만들기 시작한다 (4 만족) [참조 5].

 

 

빌게이츠와 폴앨런 역시 하버드 신입생 시절 Altair PC에 매료되어, 본업이었던 수업에 나가지 않고 BASIC 컴파일러를 만든다 (1 만족). 그의 BASIC 컴파일러는 곧 위에 언급한 Home brew computer club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게 된다 (3 만족). 게이츠는 타고난 사업 수완을 발휘해 그 원시적인 BASIC 컴파일러로 돈을 벌고, 곧 IBM과 DOS 계약을 체결해 따로 투자를 받지 않고도 사업을 궤도에 올린다 (4 만족) [참조 5]. 참고로 갓 21살 빌게이츠가 클럽 사람들에게 자기 소프트웨어는 돈 내고 쓰라고 공개 편지를 쓴 사건은 오픈소스와 독점소스의 역사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http://g-ecx.images-amazon.com/images/G/01/books/orly/GatesLetter.pdf).

 

 

지금 우리 회사 (Eucalyptus systems) 도 정확히 이 패턴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9년 UC 산타바바라에서 교수(Rich Wolski)와 대학원생, 포닥으로 이루어진 6명은 본업인 논문은 안쓰고 몇달간 아마존 클라우드를 오픈소스로 구현하기 시작한다 (1 만족). 이 소식을 접한 옛날 그리드 컴퓨팅 사람들 (시카고의 Ian Foster등)은 클라우드는 그리드랑 똑같으니 뻘짓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2 만족). 간신히 초기 버전을 만들어서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곧 수천번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다 (3 만족). 이어서 바로 몇개의 투자 회사(VC) 들이 250억 이상을 투자하고 현재는 60여명 정도의 직원으로 성장한다 (4 만족).

나는 위의 기본 템플릿에 실리콘밸리의 영웅들과 혁신적 기술을 대부분 때려 맞출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기존의 조직 (학교/회사)에서 받아들일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든 아웃라이어 (outlier) 해커들은 IT의 큰 패러다임 변화 (PC, 웹, 클라우드) 속에서 영웅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국을 10여년 세우고 나면, 또 새로운 영웅들이 위의 템플릿에 맞추어 등장하고, 기존 영웅들을 역사속으로 보내버린다.

 

3. 왜 꼭 영웅인가?

실리콘밸리의 영웅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지배하고 성장시킨다. 주변에서 조언해주는 어른들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창업자가 가지고 있는 명확한 비전에 따라 회사의 흥망 성사가 결정된다. 쥬커버그가 이제 만 26살 이지만 페이스북 가치는 삼성의 100조원 시가총액에 가깝게 평가받는다. 지구를 한동안 지배한것 같은 구글의 레리와 세르게이는 이제 갓 30대 후반이다. 우리의 기업 조직 ? 5,60대 임원들의 지휘하에 40대 부장, 30대 과장, 그리고 20대 일꾼들 ? 은 새마을 운동 시절부터 변함이 없지만, 실리콘밸리는 젊은 영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컨셉"에 의해 재편된다. 이는 창업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소프트웨어들은 한, 두 명의 핵심 해커들에 의해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Unix와 C언어는 켄 톰슨, 데니스 리치 두 사람이 개발했다. Java 언어는 제임스 고슬링 혼자 만들었고 리눅스는 리누스 토발즈가, TCP/IP는 빈트 서프와 로버트 칸 이 만들었다. 물론 후에는 여러 엔지니어가 참여해서 개발을 돕지만, 여전히 기술을 지배하는 건 소프트웨어 영웅들이다. 예를 들어 리누스 토발즈는 지금도 리눅스 커널에 모듈을 추가할지 여부에 대해 100% 독재적으로 결정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를 이렇게 소개하기도 했다: "My name is Linus Torvalds and I am your god [6]")

 

나는 이러한 인물 중심적인 발전은 소프트웨어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브룩스는 그의 베스트셀러 The Mythical Man-month에서 끊임없이 "개념의 일관성 (Conceptual Integrity)" 을 강조했다. 즉 아무리 큰 규모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단 한명만 소프트웨어를 디자인 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예를 스티브 잡스를 통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오로지 그의 감각에 의해 디자인되는 애플 제품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흥분을 하나? (너무 흥분해서 싸우기도 잘한다) 빌게이츠가 MS의 최고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자리에서 물러나기전 레이 오지라는 천재 SW 디자이너를 그 자리에 앉히려고 아예 그의 회사를 사 버린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8]. 그마저 떠나고 "MBA 경영인" 스티브 발머가 이끄는 MS는 지금 얼마나 많이 헤매고 있나? 구글의 역사를 다룬 책 "In the plex" [4] 에서는 CEO 에릭 슈미츠 (그 자신도 Lex를 만든 유명한 SW 엔지니어) 뒤에 가려진듯 했던 레리와 세르게이가 핵심 제품들 디자인에 얼마나 깊게 관여하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구글의 심플한 디자인과 "I'm feeling lucky" 버튼은 레리의 고집, 곧 "개념의 일관성"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밑바닥 해커에서 시작한 영웅의 비전이 신개념을 창조하고, 그의 독점적 지배하에 개념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1998년 구글 홈페이지: 지금과 별 차이가 없다

 

실리콘밸리는 그래서 영웅의 흥망성쇠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나 같은 범인 프로그래머들은 영웅이 창조해 낸 새로운 시대를 따라갈 뿐이다. 운이든, 안목이든 조금이라도 빨리 영웅의 스타트업에 몸을 담는 사람은 평생 그 혜택을 누릴수 있다. 구글에서 마사지해주던 안마사는 지금 넓은 저택에서 안마 받으며 살고 있다. 아래 그림처럼 새 영웅 쥬커버그의 도래에 실리콘밸리의 재능들은 그의 영지 페이스북으로 몸을 맡기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주식 상장 하는 날에 일찍 주군을 모신 사람들은 포르쉐 매장으로 향하는 거다.

 

출처: http://www.fastcodesign.com/1664037/infographic-of-the-day-facebook-is-winning-silicon-valleys-talent-war

 

4. 결론

우리 소프트웨어 영웅은 그럼 누군가? 1938년 창업한 삼성그룹의 오너가 영웅이라면, 그 영웅은 좀 너무 쉬어버린것 아닌가? 거기서 조직을 관리한 임원들을 영웅으로 모시기에는 그분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철학 부재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예: 2만+α 양병론). 벤처붐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 (NHN, 다음 등), 그곳의 영웅들은 여전히 해커의 통찰력과 개념의 일관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마 그랬으면 네이버 검색의 품질이 훨씬 좋았겠지? 나는 실리콘밸리 해커들의 전설이야기에 매일 흥분하는데, 그 이름이 하도 많아 외울 수 조차 없다. 한국의 전설적인 해커는 그 이름을 들은적이 없으니 외울수가 없다.

 

영웅이 없는데 "2만+α" 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무엇을 해야 하나? 정부와 기업의 잘 관리된 조직과 플랜에 따라 척척척 "한국형 안드로이드", "한국형 클라우드", "한국형 소셜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겠지? 해커가 밑바닥부터 일구어낸 개념의 일관성 (Conceptual Integrity)보다는 임원단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명령체계가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들어 낸다면 나는 그 날로 우리 아버지 시골집에 내려가 소나 키우련다.

 

끝으로 나는 10여년전의 벤처 바람이, 그런 광풍까지는 아니어도 다시 훈풍으로 불길 바란다. 그때 크게 데이신 분들이 눈살을 찌푸릴지 몰라도, 한번 더 우리의 잉여력을 믿어주고 부동산으로 돌아갈 돈이 소프트웨어 영웅들의 손에 쥐어졌으면 한다. 우리가운데 영웅은 분명히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박상민 http://twitter.com/#!/sm_park

 

[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03/2011090300287.html

[2] http://media.daum.net/cplist/view.html?cateid=1006&cpid=129&newsid=20110901110341745&p=seouleconomy

[3] http://sangminpark.wordpress.com/2011/08/23/%EC%86%8C%ED%94%84%ED%8A%B8%EC%9B%A8%EC%96%B4-%EC%9E%89%EC%97%AC%EC%99%80-%EA%B3%B5%ED%8F%AC/

[4] In The Plex: How Google Thinks, Works, and Shapes Our Lives, by Steven Levy

[5] 해커 그 광기와 비밀의 기록: http://www.yes24.com/24/goods/2256?scode=032&srank=16

[6] Just for Fun: The Story of an Accidental Revolutionary, by Linus Torvalds and David Diamond

[7] The Mythical Man-Month, by Fred Brooks

[8] http://news.cnet.com/Microsoft-to-buy-Groove-Networks/2100-1014_3-5608063.html

반응형

+ Recent posts